[나의 도전] 일출 보기
나이가 들면 아침잠이 없어져 새벽같이 일어나 활동하고 다녀서 다른 식구들의 잠을 설치게 한다는데 나는 아직 그 나이가 안 된 것인지, 외계인인지 아직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정말 힘들다.
여수 여행을 가서 숙소에 들어가 보니 동쪽이 제대로 보인다. 그리고 바다 위 오동도가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말인가...
갈등이 생겼다.
일출 볼 기회가 흔하지 않은데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볼 것인가, 여행 온 특혜로 늦잠을 즐길 것인가.
아들과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보자고 약속했다. 어쩜 나와의 도전이었다.
일출보다는 아침에 늦잠자기를 더 좋아하는 나의 게으름에 대한 도전이었다.
대학시절 선후배들과 매년 1월1일이면 일출을 본다고 새벽 4시에 산에 올랐던 때가 있었다.
7시 40분경에 해가 뜨는데 3시간 정도 겨울산행을 하고 해가 뜰 때까지 산 위에서 해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아무리 두껍게 옷을 입어도 그 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매일 뜨는 해가 뭐가 그리도 중하다고 그 고생을 하며 보러 다녔던지...
하지만 일출을 맞이하기란 고생과는 비례하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 다섯번정도 일출 보러 산을 올랐던 거 같은데 그중에서 제대로 본 일출은 딱 한 번이었다.
나머지는 구름에 가려 해가 다 올라온 뒤에 보거나, 구름이 몰려와 눈이 내리기도 하고, 올라가다 너무 힘들어 산 중턱에서 해를 본 적도 있었다.
젊은 시절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동참은 했으나 해를 보고 그렇게 큰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해를 보았다는 뿌듯함 보다는 현실적으로 춥고 배고프고 힘들고...
그리고 그 후로 뜨는 해를 보겠다고 산에 간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번에는 산이 아니라 바다다. 산행 안 해서 좋고, 저녁에 구름이 군데군데 있는 것이 아침에 해가 구름에 가려 못 볼 확률이 높다. 그럼 난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자연적 환경을 핑계 삼아 도전을 미루려는 한심한 나...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침에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는데...
이게 뭐지? 이게 바로 여명이라는 것인가? 즉시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희미하게 날이 밝아오는 빛.
어릴 적(?) 보았던 드라마 제목이 '여명의 눈동자'였는데 바로 그 여명이던가...
태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머지않아 실체를 드러내리라.
비록 11월이었지만 아침의 기온은 뚝 떨어져 정말 추웠다. 그래도 숙소로 들어갈 수 없었다.
내 평생 언제 이런 일출을 볼 수 있으리오. 기대감과 설렘이 동시에 밀려오는 순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사람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일출 보러 산으로 바다로 가는지...
그때의 감흥과 가슴 벅참오름이 지금도 느껴진다.
멋진 삶이란 기록하는 게 아닙니다. 기록에 남기고 싶은 일상을 하루하루 즐기다 보면 멋진 삶이 되는 겁니다. 오늘도 나는 나를 응원합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 (김민식 저/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