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이토 우지다카 지음)

초록빛72 2021. 3. 23. 16:09

2년전 슬로리딩에 관심이 있어 슬로리딩에 관한 책 몇권을 읽어보았다.

책 내용중 일본에서 국어선생님이 교과서없이 책 한권(은수저)을 가지고 3년간 가르쳤다는 내용을 소개하는 글이 있었다. 많은 책을 읽기보다는 한권의 책을 읽더라도 깊이있게 읽고, 작가의 감정이나 의도를 알아가며 읽어야 한다는 슬로리딩.

오늘 내가 읽은 이 책은 바로 그 국어선생님인 하시모토 마케시와 그때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을 취재하며 '슬로리딩'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었던건지 알수 있게 한 책이다.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동서로 길게 이어지는 모스 그린색의 산들. 그 뒤로 펼쳐진 푸르른 하늘과 높이 피어오른 커다란 적란운. 그 부드러운 우유빛 구름 조각은 평온한 내해를 향해 띄엄띄엄 떠 있다."

내가 굳이 이 첫구절을 쓰는 이유는 여름의 하늘을 볼때면 가슴이 뭉클해 질때가 많은데 이 여름의 하늘을 정말 잘 표현해 놓은것 같아 그냥 써보고 싶었다. ^^

p.73 이번 취재에서 에티 선생님이 여러 번 되풀이하신 말씀이 있다.

"국어는 모든 교과의 기본입니다. '학력의 토대'죠."

나도 20년 가까이 교단에 선 고등학교 영어교사로서 '국어는 학력의 토대'라는 말은 분명 진리라고 생각한다. 해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이후에 영어 성적이 갑자기 오르는 학생을 여럿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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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똑같이 공부했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도 많다.

영어성적이 급격히 좋아지는 학생과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의 차이는 무엇일까? 성적이 향상될 가능성은 어디서 오는 걸까? 조사해 보니 영어 성적이 갑자기 오른 학생들은 모두 국어를 잘하거나 책을 좋아한다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다.

 

p.75 국어 실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른 교과를 이해하는 힘도 크게 달라집니다. 수학에서든 물리에서든, 발을 깊이 들여놓고 주제의 핵심에 다가가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힘이 바로 "학력의 토대"이며 국어실력입니다.

사회에 나가서 나는 이런 사람이고, 여기서 이런 일을 하고 싶다고 표현하는 힘도 국어 실력이니까요. 국어 실력은 '살아가는 힘'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지고 환경이 변했어도 기본이 탄탄하면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이 중학교에 입학하면 무엇보다 국어 과목을 좋아하면 좋겠습니다.

 

p.104 "관심을 지속할 수 있는 대상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육아, 화초관찰, 맛집 탐방, 영화 관람이나 독서, 조깅이나 산책을 하면서 본 경치, 하루하루 달라지는 집 근처 산과 숲의 풍경.... 핵심은 키보드가 아니라 무조건 자기 손을 움직여서 남기는 것입니다. 공책이나 스크랩북이 아니어도 됩니다. 늘 지니고 다니는 수첩이나 메모지에 갈겨쓴 것이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계속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반년 이상

자신의 흥미를 '정점관측(한 장소에 선박을 머물게하여 기상과 해양 따위를 관측하는 작업을 일컫는 전문용어)'하면 삶의 방향성과 새로운 테마,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자신의 개성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p.123 텍스트의 배경을 알고 저자의 의도와 자신의 생각을 비교한 당ㅁ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서 조정한다. 이렇게 하는 동안 시각이 다각화된다. 이것이 '복안사고'이다. '은수저노트'는 복안사고를 위한 도고였다. 그렇다면 은수저 노트가 없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좀더 쉬운 방법이 있다. 책 자체를 노트로 만드는 것이다. 저자의 의견에 '찬성 ''반대' '이해'라고 표시한다. '반대'인 경우에는 근거와 이유를 써 넣는다. 이렇게 하면 더 좋겠다는 자신의 생각도 써 둔다. 이해한 척하지 말고 계속 의문점을 써 넣는다. 완성했으면 사람들과 의견을 나눈다. 잡지나 인터넷 서평에서 참고가 된 의견도 책에 써 넣는다.

 

p.131 "설령 빨리 읽어 나간다고 합시다. 여러분에게 뭐가 남을 것 같습니까?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내 수업은 속도를 다투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속독을 가르칠 생각도 없습니다. 그보다 다들 조금이라도 어렵다고 느낀 곳, 흥미로운 곳에서 스스로 옆길로 빠지면 좋겠습니다. 자꾸만 파고들어서 자신의 세계를 깊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갈 작정입니다."

"당장 도움이 되는 것은 곧바로 쓸모없어집니다. 그런 것을 가르칠 마음은 없습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낀것에서 마음이 동하여 스스로 갚이 파내려 가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내 수업에서 힌트만 찾으면 됩니다.... 이 인쇄물에 정답을 쓰기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 순간 여러분에게 떠오른 진심이나 글을 남기면 됩니다. 그렇게 스스로 찾아낸 것은 여러분의 평생 재산이 됩니다. 언젠가는 알게 될 겁니다."

 

슬로리딩의 중요성은 이 책을 읽고 다시한번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집에서 아이와 책을 읽을때 이렇게까지 슬로리딩을 할 수 있을지 겁부터 난다. 물론 흉내는 낼수 있겠지만 이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 역시 책 읽고 한달후면 그 내용을 까먹고 무슨 내용이었지 궁금해하는데 아이들은 어떠하리요...

아이들에게 슬로리딩을 실천해 봐야겠다.